본문 바로가기

내 마음도 괜찮아질 수 있을까

프롤로그_우울증 너란 녀석



하루에, 한 편씩. 일기 쓰듯 글을 써 보기로 했답니다. 어떤 박사님의 글을 읽었는데 자신의 얘기를 꺼내놓는 게 우울증 치료에 좋다더라구요. 말이든 글이든 어떤 식으로든지요. 사실 생각해보면, 매일 빠짐없이 해 본 일이 몇 가지나 될까 싶었어요. 일어나서 학교에 가는 것조차도, 일주일에 다섯 번만 했으니까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매일 같은 시간에 라이브 스트리밍을 할까, 아니면 매일 1분짜리 영상을 찍어 편집해 올릴까 생각도 해 봤지만, 미션이 어려울수록 금방 포기할 것만 같아서, 글로 시작해보기로 했어요. 영상은 나중에, 나중에, 조금 더 기운이 나면 해 보려고요. 글은 가능하면 길게 쓰지 않을 거랍니다. 쓰다 보면 엄청 길어져 있겠지만요. 오늘은 어떤 날이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잠은 얼마나 잤고 기분이 어땠는지.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들로 채워볼 거예요.

사실 이 글을 시작하는 것 자체도 그렇게 쉽지는 않았어요. 정말 가까운 친구들 몇 명 말고는, 심지어 가족들도, 제가 우울증이란 녀석을 데리고 사는 걸 모르거든요. 이젠 이렇게 공개적으로 얘기를 해 버렸으니 다들 알게 되시겠네요:D 할아버지는 제 글을 읽으시고는 항상 잘 읽었다고 메시지를 보내세요. 칠순이 넘으신 백발의 블로거신데, 왕년에 국어 스타강사 출신이시라 맞춤법에 맞지 않는 부분은 절대 넘어가는 법이 없으시죠. 얼마 전까지는 블로그만 보셨는데, 이젠 페이스북이랑 브런치 피드도 받아서 보고 계시답니다. 사우론 같으심....ㅋㅋ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우울증이란 녀석이 번번이 발목을 잡고 있네요. 뭐든 중요하거나 큰일이 다가오면, 결정적인 순간에 어김없이 끌어당기죠. 그런데 사실 참 복잡했어요. 멋진 일을 해 내는 데에 있어서 이 녀석이 가장 큰 걸림돌이란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한편으론 우울증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아무것도 안 할 때가 많았거든요. 실패에 대한 쉬운 핑곗거리이기도 했죠. 저랑 비슷한 걸 겪고 계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우울증이란 게 게으름병, 꾀병이랑 증상이 참 비슷하거든요. 내내 잠만 자려고 하고, 모든 걸 귀찮아하고, 몸은 멀쩡하다는데 아프다고 골골대는.

이 녀석이 무서운 이유는, 의지를, 열정을, 꿈을, 자존감을, 희망을 그리고 삶의 이유를 빨아먹기 때문이에요. 마치 디멘터 같은 존재랄까요. 움직여야만 이겨낼 수 있는데, 움직일 힘을 빼앗아 버려서 악순환의 고리로 끌어들인답니다. 모두에게 약간씩 다르게 다가오겠지만, 제가 겪어본 녀석은 그렇더라구요. 이겨내려면, 내가 살아있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하는데, 지금은 참, 그게 없네요. 저두요. 다 재미없고, 다 별로고.

극복 일기이기도 하고, 희망일기이기도 해요. 또,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이기도 하죠. 저는 더 이상은 끌려다니고 싶지 않거든요. 혹시나,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조금이라도 될 수 있다면 참 좋은 일일 거구요. 돈 많이 생기고 난 다음에는 상담도 받아 봤고, 이것저것 다른 시도도 해 봤는데, 어쨌든 내가 이겨내야하는 것이더라구요. 이러나 저러나, 제 자신에게 떨어진 미션인가봐요.

그래요, 나 우울증 있어요. 이젠 이 녀석이랑 이별 좀 해보려구요.

이번엔 꼭이요.



'내 마음도 괜찮아질 수 있을까' 카테고리의 다른 글

#5_라떼를 만들다  (0) 2018.03.19
#4_바쁘게 지내보기  (0) 2018.03.19
#3_달지도 짜지도 쓰지도 않은  (0) 2018.03.19
#2_아, 봄이구나  (0) 2018.03.19
#1_조금씩 기운 내 보기  (0) 2018.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