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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도 괜찮아질 수 있을까

#1_조금씩 기운 내 보기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웃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직장에서, 학교에서 혹은 친구들과 있을 땐, 한없이 밝은 모습일 수도 있죠. 아니 사실, 밝은 척을 한다기보다, 정말 기분이 좋을 때도 많아요. 편한 친구들을 만나서 맥주 한 잔 할 때엔, 사실 그저 즐겁기만 하거든요

우울증은 기쁨이 사라지는 병이 아니예요. 다만, 슬프고 우울한 기분이 한 번 왔다가 사라지지 않는 병이죠. 슬픔을 스스로 건강하게 이겨낼 능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아요.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삶에는 슬퍼할 이유들이 넘쳐나요. 시험에 떨어지기도 하고, 연인과 헤어지기도 하고, 누군가의 죽음을 겪는 경우도 있잖아요.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에겐, 아주 많이 아픈 사건도, 조금은 덜 아픈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나아지기 마련인데, 저한테는 나아지는 일 없이 항상 똑같았던 것 같아요. 물론 조금씩 괜찮아지기는 하지만, 겪어내야만 하는 새로운 슬픔이 쌓이는 게 훨씬 빠르더라구요.

슬픔이 쌓일 때 본능적으로 제일 먼저 하게되는 건 문을 걸어잠그고, 숨어있는 것이었어요. 참 이상해요. 우울증이 있다고 설명하면 참 쉬울 텐데, 혼자 멍하니 누워있는 모습을 어떻게든 숨기게 되거든요. 괜찮은 척 웃는 거, 참 잘 한답니다.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표정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무기력감이 심한 날에는, 그냥 몸이 조금 안 좋다는 식으로 둘러대기도 했죠.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았어요. 셔츠랑 구두에 코트를 입는 걸 참 좋아하는 저인데, 코트는 이제 옷장에 넣어야 할까봐요. 올해들어 처음으로, 코트를 벗어서 팔에 걸치고 다녔네요. 참 그러고보니, 대표적인 증상 하나가 여기서 이렇게 나오네요. 계절이랑 날씨의 변화에 참 무감각해진다는 것 말이죠. 어딜 잘 안 나가게 되고, 며칠씩 잠만 자는 경우도 있죠. 사실 지난 주말에 그랬어요. 곰이 겨울잠 자듯이요.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네요. 큰 사건은 없었거든요.

오랜만에 셔츠들을 다 꺼내다 손빨래를 하고, 다림질을 했어요. 보통은 세탁기에 대충 던져서 빨든가, 세탁소에 맡겨버리곤 했거든요. 아, 손빨래 할 수 있어도 드라이크리닝 맡길 걸 그랬어요. 아무리 빨아도 눈부신 하얀색은 절대 못 만들겠어서, 포기하고 세탁소에 보내면 항상 새 옷이 되어서 돌아오곤 했거든요. 온 힘 다해서 비벼 빠느라 손가락 마디가 다 벗겨지는 것 같지만, 예쁜 셔츠들 삭삭 널어놓으니 뿌듯하기도 하네요.

지난 싱가폴 출장 이후로, 햇수로는 2년만에 좋은 식당에 가서 시간도 보내고 왔어요. 옷 예쁘게 입어보려고 손빨래도 삭삭 해놓고, 구두도 닦고, 셔츠 다리고, 코트 보풀 제거하고. 날씨가 참 좋았던 덕분에 밥 먹고 산책도 했죠. 청계천이 바로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식당이었거든요. 그저께까진 겨울이었는데, 낮기온이 18도라니. 갑자기 성틈 다가온 봄이 참 신기하더라구요.

그래도 좀 기운을 내 보니, 기분좋을 일이 많네요:) 이렇게 조금씩 괜찮아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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