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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두려움을 넘어서다 새벽, 타이페이.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3일 전과 모든 게 똑같았지만, 모든게 다르게 느껴졌고 부답스럽거나 걱정스럽기보단 기대감과 자신감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든 일단 질러 놓으면 어떻게든 수습하게 되어 있는 것 같다. 사람은 가끔 절박할 필요가 있다. 물론, 나는 어린 나이에 쓸데없이 너무 절박했지만 말이다. 어떻게든 뭔가 이뤄내고 싶었고, 지금도 여전히 용서하지 못하는 그 사람들 때문에 너무나 처참하게 망가졌던 내 삶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어떤 용기가 생겼는지 대만으로 가는 편도 항공권과 용돈 20만원만을 들고 그렇게 떠났던 거다. 되어질 거라는 희망이나 계획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최후의 몸부림같은 도전이었고 더이상.. 더보기
같은 곳, 다른 느낌 가오슝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밝아 왔다. 언제나처럼 아침부터 맑고 뜨거운 날씨는 좀처럼 적응하기 힘들었다. 핸드폰을 열어 날씨 예보를 보니 역시나. 26도에서 시작해 34도까지 올라간단다. 하루 종일 밖에 있어야 하는 날인데.. 기분 좋은 아침이긴 했지만,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전날 먹다 남은 빵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서는 찬물로 세수를 하고 침대로 돌아왔다. 목적지는 시 외곽 지역에 있는 설탕 공장. 일제시대의 잔재인데, 일본이 물러간 이후에 그것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박물관으로 보존해 둔 곳이라고 한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대만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었다. 설탕 공장은 지하철로 약 30분 거리. 지하철로 어딜 갔다 하면 한 시간은 걸리.. 더보기
가자, 타이페이로 가오슝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호스텔 옥상에서 꽤나 많이 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렇게 눈물을 쏟아내고도 왠지 모르게 힘이 솟았다. 달려가야 할 목표가 생겨서였을까. 마음속에 꽤나 오래 담아두었던 응어리들을 한 번에 털어내고 나니 홀가분하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가지 않는다. 여행을 계속한다. 한국에 돌아가지 않는다... 여행을 계속한다... 그 누구도 간섭하거나 꼰대질 하거나 틀렸다고 손가락질하지 않는 이 곳에서, 나는 지금껏 누려보지 못했던 자유를 누리며 내 꿈을 펼쳐 보리라. 다가올 날은 가오슝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래서 좀 놀기로 했다. 가오슝에 있는 친구들도 만나고, 못 가본 곳에도 가 볼 생각이었다. 갈 길이 멀다. 그리고 엽서를 파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목표는 여행을 하는 것이었다. 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