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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달지도 짜지도 쓰지도 않은 그런 부담감이 들 때가 있어요. 기분이 좋아야만 한다는. 자주는 아니고 가끔요. 기분이 좋아야만 내가 괜찮은 거라고 믿기 쉽잖아요. 약간의 안도감을 준달까요. 그래서 기분이 막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울적한 것도 아닌, 그냥 평화롭고 평온한 느낌을 불안해할 때가 있답니다. 평온함을 편안하다고 인식할 수 있을 때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사실 지금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죠. 그냥 그런 날도 있는 것인데.. 하고 넘기면 되는 것인데, 그게 참 쉽지 않네요. 우울증이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약간의 강박으로 작용하는 듯 하답니다. 나아야만 하고, 슬프지 않아야만 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으니까요. 며칠 전엔 전자상가에 다녀왔어요. 작년 가을에 망가진 노트북 화면을 고치려고, 부품을 새로 사왔거든요. 떨어뜨린 적도 .. 더보기
#2_아, 봄이구나 그저께와 어제는 연달아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이었어요. 그런데, 하필 그 타이밍에 디자인 작업을 맡긴 업체에서 급한 일을 부탁하는 바람에, 새벽같이 일어나서 작업을 하고, 밥을 먹고 돌아와서 오후 늦게 피드백을 받아서 수정을 해야만 했죠.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바쁜 느낌이었어요. 뭔가 바쁘게 부지런히 일을 끌고 나갈 기운이 없었던 탓이 크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분명 피곤할 텐데도 기운이 나는 그런 일들이 생기더라고요. 내가 혼자 벗어나지를 못하니까, 그런 저를 지켜보는 신이 참 안타까웠나 봐요.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서, 겨울이 다시 올 때까지 코트를 입을 날은 몇 번 없을 것 같아요. 아, 봄 옷도 좀 사야 하는데. 정신없어서 쇼핑은 못 하고 있답니다. 우울증이 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맡겨진 일이 많다는.. 더보기
#1_조금씩 기운 내 보기 우울증이 있다고 해서, 웃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직장에서, 학교에서 혹은 친구들과 있을 땐, 한없이 밝은 모습일 수도 있죠. 아니 사실, 밝은 척을 한다기보다, 정말 기분이 좋을 때도 많아요. 편한 친구들을 만나서 맥주 한 잔 할 때엔, 사실 그저 즐겁기만 하거든요 우울증은 기쁨이 사라지는 병이 아니예요. 다만, 슬프고 우울한 기분이 한 번 왔다가 사라지지 않는 병이죠. 슬픔을 스스로 건강하게 이겨낼 능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아요.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삶에는 슬퍼할 이유들이 넘쳐나요. 시험에 떨어지기도 하고, 연인과 헤어지기도 하고, 누군가의 죽음을 겪는 경우도 있잖아요.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에겐, 아주 많이 아픈 사건도, 조금은 덜 아픈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나아지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