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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난 여행이 참 좋다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지도, 기성세대가 규정한 삶의 태도를 수용할 생각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대학에 가기 원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괜찮은 사람들과 어울려 미친 짓을 좀 본격적으로 해 보고 싶어서. Crazy Stuffs를 한국말로 옮기자니 어감이 좀 그렇긴 한데, 뭐 요점은 그거다. 괜찮은 사람들 사이에서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 이미 학위 자체의 경쟁력과 가치가 떨어져 가는 상황이지만, 대학이라는 울타리로 뭉친 사람들의 그룹 안에서 끌어낼 수 있는 다른 것들은 충분히 많다고 본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런 거다. 대학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전 세계에서 날아온 재밌는 사람들이 계급장 떼고 같은 도미토리에서 자고, 밥을 먹으러 나가고, 강물에 뛰어들어 수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8일이.. 더보기
세상의 끝, 그 밖을 향하여 대여섯 살의 꼬맹이부터 20대 청년이 되기까지, 우리는 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평생을 살아간다. 어려서부터 어학연수를 다녀오기도 하고, 아예 외국에서 학교를 마치기도 한다. 사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역사상 가장 많이 배웠고, 가장 좋은 능력을 지닌 세대임에 틀림없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시기이며,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가장 안정된 시기이고, 그러한 안정적인 토대 위에서 자라고 있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지금의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와 물리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지금껏 가장 큰 변화를 겪었던 30년을 사이에 두고 태어난 두 세대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오래된 생각이 신세대의 새로운 능력을.. 더보기
멋지지 않아도 돼 항상 뭔가 제대로 된 글을 써야만 한다는 부담. 그러니까, '줄거리의 구성과 글의 길이가 알맞아야 하고 소소한 재미를 줄 수 있으면서 오탈자가 없어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빡빡한 기준에 맞추려다 보니 가끔은 글을 쓰는 것이 즐겁지 않을 때가 있었다. 물론 글을 통해서 내 여행 이야기와 사는 이야기를 많은 사람과 나누고, 소통하고 또 그 이야기들로 수입을 만들며 살고 있는 것이 나의 삶이기는 하지만, 난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글쟁이일 뿐인데 스스로에게 너무나 가혹한 조건을 달았었는지도 모르겠다. 글과 사진, 여행 이야기로만 나를 접한 사람들은 잘 모를 수 있겠지만(글에 그렇게까지 자세한 이야기를 담고있지는 않으니) 사실 난 두려움으로 가득한 사람이다. 멋지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 누군가에게 밀리는 것에 대.. 더보기
글 쓰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우리가 어렵게 생각해서 그렇지, 글을 쓰는 것 자체는 쉽다.생각을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글의 형태로 바꾸기만 하면 되니까.다만, 잘 글을 잘 쓰는건 정말 어렵다. 민감한 주제라도 거북하지 않게 부드럽게 써야 하며, 어려운 주제라도 복잡하지 않게 잘 풀어내야 하고, 위로하는 글이라면 읽는 사람을 잘 위로할 수 있어야 하고, 설명하는 글이라면 한 번 읽고 그대로 따라갈 수 있어야 하고, 단순한 사실의 나열, 그 이상의 가치를 담아내야 한다. 맞춤법이 어긋난 부분은 없는지 어색한 문장은 없는지, 글을 공개하기 전에 퇴고과정을 거치는 것은 기본이고, 본인의 문장력과 관점의 범위를 확장시키기 위해 충분한 독서를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본인만 열어볼 수 있는 일기장에 끄적일 글이 아니라면, 글을 읽으러 오는 .. 더보기
창의성, 그리고 사고의 회로 딩동 하는 소리와 함께 불쑥 찾아온 그녀. 친한 언니에게 기프티콘을 받았다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피자 한 판과 콜라를 들고 연락도 없이 그렇게 찾아왔다. 요 며칠 이상하게 피자가 당겼다나.. "얘기를 하지. 얼음이라도 얼려 둘걸”. 그랬더니 타이밍 좋게 공짜 피자를 얻었는데, 혼자 먹으려니 찔려서 그랬단다. 그렇게 식탁에 피자를 펼쳐놓고 얼음은 못 띄웠지만 그래도 시원한 콜라를 들이키며 오물오물 저녁을 먹는 중에, 흔히 삼발이라고 부르는 피자 고정핀이 내 눈에 들어왔다. "어, 나 그거 쓸 일 있을 거 같아. 나 가질래." 전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말똥말똥 쳐다보는 그녀. 밥 먹고 보여주겠다고 하고는 그냥저냥 저녁식사를 끝냈다. 그리고는 가위로 삼발이의 한쪽 다리를 잘라내고, 피자박스를 길게 잘라 만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