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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그들만의 리그, 동남아


이곳만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국, 치앙마이

 Canon 5D Mark2, 28-70L

Photograph by Johnny Kim



태국, 치앙마이.
태국 북부의 가장 큰 도시이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다.


호스텔 옆의 사원이 500년 된 것들이고
천 년은 된 탑들이 즐비한 곳이기도 한데,
이러나 저러나, 다들 관심 없더라.


코끼리도 타러 가고, 하이킹하고 집라인도 타러 가고.
타이 요리교실도 있더라. 웃겨서 정말..
치앙마이는 그렇다. 모든 게 여행사와 묶여 있고
정해진 루트 안에서만 움직인다.


아, 멀티플렉스와 리조트도 있기야 하다만,
세계 멀티플렉스는 생겨먹은게 다 똑같지 않은가.


이곳에 놀러 온 사람들은 스쿠터를 타고 구불구불한,
패이고 까진 도로를 30킬로미터씩이나 달려서 깊은

산골 마을에 들어가진 않는다. 지도 하나만 믿고
그 길을 달려간 내가 이상한 사람인지는 몰라도.


아무도 산골마을 사람들의 삶과
아이들의 티없는 눈망울에는 관심이 없다.


이건 치앙마이만의 얘기가 아니다.
이미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동남아 3개국.

모두가 같은 루트로, 같은 관광지로, 같은 술집으로.


꽃보다 청춘 방송 이후에 방비엥은 한국 사람들의
고성방가와 추태만상이 가득한 도시가 되어 버렸고,


태국의 코끼리들은 여전히 족쇄에 묶여 채찍을 맞고,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는 해골 앞에서 웃으며 셀피를
남기는, 그저 그런 곳이 되어 버렸지.


관광객이 몰려들지만 현지인들은 그대로 가난하다.
이민자가 차린 호스텔과 여행사가 돈을 번다.


특히 동남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다녀왔음"에 의미를 둘 뿐,
"배워왔음"에는 관심이 없다.


아니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이 산골 마을의 아이들은
계속 티없는 웃음을 머금고 살아갈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