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무 살 꼬맹이의 45개국 엽서여행

루앙프라방, 아침을 여는 사람들 이 세상 어느 도시, 어느 마을에나 새벽을 여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한다. 버스 기사님들이라든지, 새벽시장 상인이라든지. 아직 모두가 잠들어 있을 시간에, 새벽을 깨우고 아침을 열어가는 사람들. 수면욕은 인간의 3개 기본 욕구 중 하나라는데, 매일 새벽 그 본능과 싸우며 고요한 투쟁을 이어가는 사람들. 이곳 루앙프라방에도 그렇게 조용히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동틀녘, 루앙프라방.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사원에서 주황색 승복을 곱게 차려입은 승려들이 하나 둘씩 줄을 지어 거리를 걸어간다.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아침. 모두들 비에 젖은 길을 맨발로 줄지어 걸어간다. 우산을 쓴 주지승이 앞서가고 그 뒤로 청년 승려들이 따른다. 그리고 대열의 끝부분엔 여러 명의 동자승들도 눈에 띈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 더보기
다행히, 길은 있었다 새벽 세 시, 타이페이 대만에 도착함과 동시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지만 그래도 방법은 있었다. 공항에서 잠시 무선랜을 사용할 수 있었을 때, 구글 지도로 숙소 위치를 찾아보았었다. 무선랜 상태가 좋지 않아서 잠깐 스쳐 지나가듯 간신히 본 것이었지만 대략의 위치는 파악하고 있었다. 타이페이역 광장 맞은편, 두 블럭 안쪽 골목. 큰 쇼핑몰 뒤편. 숙소를 예약하면서 예약 바우처와 안내문을 캡쳐해 두었었기에 정확한 주소도 가지고 있었다. 가진 것도, 아는 것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꼭 필요한 만큼은 가지고, 알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심야 시간이라 역은 닫혀 있었고 주변에 불이 켜진 건물들도 찾기 힘들었다. 사실 그때까지 내게 새벽 세 시라는 시간은 절대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니었다. 내.. 더보기
엽서여행. 대만, 그 시작 대만에 도착했을 때, 내게 있는 것이라고는 작은 캐리어 하나와 배낭 그리고 기본적인 여행용 짐(옷가지, 노트북, 카메라) 뿐이었다. 가진 돈은 현금 20만 원. 정확히는 현금과 체크카드에 각각 10만 원씩. 현금화할 수 있는 또 다른 자산으로는 약 10만 원가량의 돌아갈 비행기표(대만은 여행비자만으론 편도 티켓으로 입국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구매)가 있었다. 아, 가지고 있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캄보디아 사진엽서 30세트였다. 2014년 말에 첫 전시를 기획하면서 제작했던 기념품이다. 세트에 6천 원이었던 한국 가격으로 따지면 대략 20만 원어치. 엽서가 정가에 완판 되고, 한 푼도 쓰지 않는다 해도 가용할 수 있는 최대 예산은 4-50만 원뿐이었다. 한 3-4일쯤 놀러 왔다 치면 충분할 예산이었지만.. 더보기
제주, 첫눈 겨울, 제주도. 첫눈 Canon EOS 5D Mark2, 28-70LPhotograph by Johnny Kim 제주, 교래리. 삼다수목장.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눈 덮인 오름. 겨울, 제주도 45Countries, Postcard Trip 더보기
용눈이오름 이야기 가을이 끝나갈 무렵, 11월. 제주는 아직 가을이다. 여전히 가을이다. 따뜻한 남쪽 나라이기에, 제주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 가장 늦게까지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에 올랐던 세 오름들; 따라비, 새별, 그리고 용눈이는 가장 찾아가기 쉬운 곳이면서도 아름다운 오름들이었다. 억새와 푸른 하늘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바다와 한라산, 그리고 오름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제주의 풍경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늦가을 제주 오름 이야기. 그 첫 번째는 가장 최근에 다녀온 용눈이오름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한다. 11월 6일. 제주의 날씨는 흐림. 이전에 새별과 따라비에 오른 날은 맑은 날이었다. 새별오름에 올랐던 날은 특히나 더.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의 어느 부분을 골라 찍어도 예쁜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