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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쟁이가 전해주는 IT 이야기

거, 뽀샵질이라고 매도하지 맙시다




후반작업, 후보정, 작가에게 기분 나쁜 표현으로는 '뽀샵질'에 관해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거 보정 안 한 원본이에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항상 같습니다. 후반작업은 필수라구요.
그러면 꼭 되돌아오는 대답이 있죠. '아 뭐야 보정 한거라구요? 난 또..'
이거 사진작가 열받게 만드는 3대 질문 중 하나에요..


겨우 사진 몇 장에 돈을 받겠다구요?
보정 필요없고 원본이나 주세요.
에이 뽀샵질 했으니까 그렇게 나왔지..


주변에 사진하는 친구랑 연을 끊고 싶다면
꼭 저렇게 물어보세요. 백프롭니다..


사진은 물론이거니와 영상을 찍을 때도, 음악을 녹음할 때도
스튜디오에서의 후반작업은 무조건 거치게 되는 과정이에요.


다큐멘터리 촬영의 경우에는 후반작업 때 현장에서 녹화, 녹음된
소스엔 없는 소리(바람, 풀잎, 발자국 등)를 끌어다가 붙입니다.
현장감을 더하기 위해서죠. 물론 영상의 색감도 조정하구요.


음악의 경우엔 라이브 앨범을 낸다 하더라도,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소스를 딴 후에 스튜디오에서 파트별로 재녹음을 진행하게 됩니다.
라이브 현장과 스튜디오의 레코딩 퀄리티의 차이가 꽤나 크거든요.
세션들이 공연 때 연주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이 또한 앨범의 완성도를 위해서죠.


서론이 좀 길었는데, 이제 사진으로 와 보죠. 제 작품인
Stairway to Heaven을 샘플로 올렸는데요, 첫 사진은
원본 RAW파일에 조작을 가하지 않고 그대로 JPG변환을 한 것이고
두번째는 라이트룸과 포토샵 작업을 거쳐 완성된 이미지입니다.


한라산 꼭대기에서 제 눈으로 본 모습은 웅장한 구름이 마치 눈사태처럼
힘있고 매섭게 몰려오고 있고,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계단처럼 보이는 것이었죠. 그리고 천국 입구가 이런 모습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구요.


그런데 첫 사진에서 그런 것들이 생생하게 느껴지나요? 웅장하게 쏟아지는
구름? 천국 입구? 그냥 밋밋하고 맹한, 한라산 등산 인증샷 같은 느낌이죠.
물론 같은 재료를 사용한 사진이기는 하지만, 작가가 의도한 느낌을 더 잘 담고있는

사진은 두번째 사진이라고 할 수 있겠죠.


후반작업의 목적은 작가의 감정과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사진을 만드는 데에 있어요. 제가 첫번째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선 입 아프게 십 분은 설명해야 할걸요?
그리고 그 설명을 다 들었다 한들, 몇 달 후에 그 사진을 다시 봤을 때
들었던 설명이 생생하게 기억날까요? 사진작가라면 사진으로 보여줘야죠.


뽀샵질로 얻어걸린 것과 셔터를 누르기도 전에 후반작업과 완성단계까지
머릿속으로 이미 계산이 끝난 것은 결코 같지 않아요. Stairway to Heaven.
셔터를 누르기도 전에 제 머릿속엔 완성된 이미지와 제목이 들어있었어요.

그래서 보고 찍는데까지 30초, 보정해서 결과물 내는데까지 2분 걸렸죠.


이건 비단 저만의 스킬 자랑이 아니라, 감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하는 생각이에요. '어 이 장면 이렇게 만들면 참 멋지겠다'
생각하는 거요. 단지 후반작업에 대한 공부와 연습이 필요할 뿐이죠.


알면 보이고, 알아야 만들 수 있어요.
이미지 조정의 여러 종류, 그리고 그 조정의 효과를 모른다면
음.. 이 사진 이렇게 바꾸면 더 멋지겠다. 근데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턱 막히게 돼요.


그러니까 결론은.. 뽀샵질이라고 매도하지 맙시다..
그리고 용돈 모아 샀든, 선물받았든, 비싼 DSLR 장롱에 넣어
와인처럼 곱게 숙성시키지 말고 이것저것 찍으면서 후반작업 공부
꼭 해 보세요.. 신세계가 열린답니다:D


진짜 결론은 어도비 라이트룸 찬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