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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2014 캄보디아 해외촬영 3일차



3일차 아침이 밝았습니다. 5월28일 수요일이었죠.


새벽부터 진료 받으러 온 사람들의 소리와

안내방송에 일찍 잠에서 깼어요. 진료를 받으려면

정말 꼭두새벽부터 와서 기다려야 한다더라구요.


버스에 아이스박스와 필요한 물품들을 가득 싣고

전날보다 한 시간 일찍 출발했습니다.


가야 할 마을이 프놈펜에서 두시간 반이나 걸리는 곳이었거든요.

사실 거리상으로는 그렇게 멀지 않아요

한국이었다면 한시간을 조금 넘기는 거리.

도로 기준으로 약 50~60킬로미터 정도인데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해서 오래 걸렸죠.


봉사팀이 크로반 마을의 초등학교에 도착하자 수업중이던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나와 우리를 맞이해 주더라구요:D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찍은 아이들과의 셀카..ㅋ

좋더라구요. 이런 기분 처음이었어요:D


*제가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제가 존경하는 한 목사님이

85밀리 단렌즈를 빌려 주신 덕분에 아이들의 모습을 잘 담을 수 있었답니다:D



이번에도 역시 간단히 조를 나눠 일정을 시작했어요.

아이들과 놀아주는 조와, 머리 깍아주고, 감겨주는 조

그리고 의료팀을 돕는 조로 나뉘었죠.





축구공 하나면,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라는 것쯤이야 문제도 아니랍니다.

공 던져놓고 한 5분만 같이 뛰어도 한 5년은 본 친구사이처럼 친해지거든요.



아이들이 있는 곳에 풍선이 빠질 수 없겠죠! 저 펌프가 아니었다면

풍선 팀 분들 중 절반은 쓰러졌을 거에요 아마.. 하하..

 이 마을에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만 자그마치 150명이나 된답니다:D

이동진료 소식을 듣고 온 옆 마을 아이들이나, 아직 학교에 다니지 않는

어린 아이들까지 합하면 이 날 모인 아이들은 분명 200명은 족히 넘었을 거에요.



교실 책상을 밀고 마련한 임시 진료소에 환자들이 밀려들기 시작합니다.

이 날 진료한 환자만 300명이 넘었다네요. 전기도, 수도도 없는 지역이다보니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것 조차 힘들다네요. 사실 다른 것보다

병원비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이들의 생활 환경이 가장 큰 문제지만요..




같은 시각, 운동장에서는 놀이기구 설치를 위한 삽질..이 시작됐습니다.

헤브론 병원에서부터 언제나 졸졸 따라다니는 땡볕 아래 삽질이었죠.


아, 물론 저는 삽질은 안 했습니다만.. 손에 항상 들고있던 카메라 무게만

3킬로그램이었어요. 서브 카메라, 렌즈에 이런저런 장비까지 합하면.. 하하핳ㅎㅎ

제가 저 상황에서 삽질까지 했다면, 아마 2주차 화요일쯤 탈진해서

링겔을 꽂은 채로 한국에 후송됐을 거에요.



운동장 한켠의 수돗가 앞. 봉사팀원들이 자리를 펴 놓고

아이들의 머리를 깎아주기 시작합니다.

삽질과 벽돌쌓기와 외벽 미장과 이발에서까지.. 남자 봉사팀의 활약이 대단했죠.

도대체 이런 기술은 어디서 배웠냐고 물었더니, 군대 다녀오면 다 한다고..

 쿨하게 대답하시더군요. 대한민국 군필자의 저력이랄까요.. 존경스럽더라구요:D



간이 이발소 바로 옆, 수돗가에서는 아이들의 머리를 감겨주고 있었어요.

샴푸라는 물건을 난생 처음 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죠.





한편, 마을 방문 팀은 경운기를 타고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준비해 온 선물과 생필품을 나눠주기 위해서였죠.



경운기로 약 10분쯤 들어가서 마을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집부터 들렀습니다.

2층으로 되어있는 저 집이 캄보디아 시골 마을에 있는 가옥의 일반적인 형태랍니다.

1층엔 가축을 묶어놓고 2층에서 생활하죠.


캄보디아는 나라 전체가 평지(전국의 해발고도가 거의 비슷함)이기 때문에

우기엔 많은 곳이 비에 잠기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네요.

물론, 저렇게 짓는 쪽이 더 시원하기도 하고

해충이나, 야생동물로부터 더욱 안전하기도 하다네요.




집집마다 태양광 충전식 램프를 선물해 주고 방문한 집에는

Light Gift House라는 팻말을 달아줍니다.

하하, 저 팻말의 로고 디자인도 제가 한거랍니다:D


한국실명예방재단 해외지원팀 미디어팀장 자리에 특채로 뽑혀

LG디스플레이의 해외봉사활동에 필요한 모든 디자인과

사진, 영상을 책임졌어요. 플래카드, 핸드북, 배너도 포함이죠.


열아홉 꼬맹이가 어떻게 그런

중책에 뽑혔냐구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주님의 은혜라고 말할 수 밖에요ㅋㅋ


사실, 제가 뽑혀서 사무실에 처음 출근했을 땐,

재단 측이 준비해 놓은 게 하나도 없는 정말 맨땅에 헤딩이었습니다만,

어찌어찌 조금 무리해서라도 밤샘작업도 하고 그러다 보니

시간 안에 마무리할 수 있었죠.

사실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그렇게 데드라인이 빡빡한 디자인은

처음 뽑아봤네요ㅋㅋ 일주일 안에 모든 걸 끝내야 했거든요..


뭐 그냥 그랬다구요ㅋㅋ 다시 본론으로 돌아갈게요.





집집마다 방문해서 선물을 나눠준 뒤에는 가족사진을 찍어 인화해 드렸어요.

우리에게 너무나 흔한 사진 한 장도 참 신기해하고 고마워 하시더라구요.



가정방문을 마치고 베이스캠프인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백팩 앤 카메라 캄보디아편

타이틀 사진을 찍게 됐죠. 하루 종일 더위 아래서 장비를 들고 가는데에 지친 데다가

경운기 짐칸에 앉아 가느라 찍기 정말 힘들었는데 그림같은 한 장이 여기서 나오더라구요.

그 날 밤에 작업하면서 쾌재를 불렀던 기억이 나네요:D



성공적으로 마을방문 일정을 마치고 단체사진:D

아, 이 사진은 LG디스플레이의 공식 언론 보도자료로

사용되기도 했답니다. 방송과 인터넷뉴스, 그리고 지면기사에 실린 사진이죠.


이렇게 LG디스플레이 1팀의 봉사활동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물론, 저와 강쌤의 캄보디아 생활은 이제 시작이었지만요.


LGD 팀원들을 식당으로 인솔해 같이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니 열시.. 바로 작업을 시작하면 편했을 테지만, 도저히 그러기 싫어서

강쌤과 같이 4층 체육실로 올라갔어요. 고등학교 교실 하나 정도 크기의

그리 크지 않은 곳이지만, 탁구대부터 런닝머신과 사이클, 벤치프레스까지

웬만한 운동기구는 다 있었죠.


제가 본대와 함께 출국하기 전에 선발대로 저보다 3일 일찍 출국한 강쌤이

주말 내내 카톡으로 혼자 심심하다면서 오면 꼭 같이 탁구 치자고 졸랐었죠.


강쌤이 문을 열고 불을 켜자마자 탁구대를 보고 씩 웃더니

제게 라켓을 집어줍니다. 그러고는 한시간 정도를 둘이서

땀을 한 바가지씩 흘리면서 신나게 탁구를 쳤어요.

워낙 더운 곳이라 체력소모가 심해서 매일 운동해서 체력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일정 중간에 쓰러질 것 같았죠.


운동을 마치고 병원 마당으로 내려와서

음료수 한 캔씩을 들고 시원한 밤 바람을 맞으면서

땀을 식혔어요. 출국 일 주일 전부터 같이 준비하며

많이 친해진 터라 편하게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눴죠.


현실을 피하고 싶었지만.. 그날도 역시 신나서 한 800장을 찍어놨네요 하하하하하핳...

한시간 조금 넘게 걸렸어요. 전 날과 비슷했죠. 퀄리티도 그렇구요.

역시나 제 옆 자리에서 강쌤은 열심히 보고서를 쓰고 있었고

전 영상콘티 구상작업에 들어갔죠. 킁.. 디자인에 사진에 영상까지 

섭시38도 땡볕 아래서 DSLR 두 대에 렌즈6개에 삼각대까지 다 짊어메고

혼자 촬영하려니까 죽는 줄 알았다구요!ㅋㅋ


미디어팀장이라고 뽑아놓고는 동료 팀원도 안 주고 흥..ㅋ


그 날은 잠이 정말 잘 왔던 것 같아요.

피곤해서 그랬나봐요..ㅋㅋㅋㅋㅋ

강쌤이랑 저랑 둘 다 불 끄자마자 기절했어요.


그렇게 캄보디아의 4일차 하루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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