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첫 날 찾아온 참 멋진 손님 이야기.
50년차 배낭여행자 프랑스 할머니 Claude Marsault.
열여덟(한국 나이로 스물)에 포크 악단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국제 투어를 다니면서 여행을 처음 시작하셨다고 한다.
그 이후에 심리학을 전공하고 교육공무원으로 일하면서
휴가 때마다 여행을 다니기를 50년째.
지금은 연금으로 생활하며 보르도의 해변에 있는
조그만 집에서 지내신다고 한다.
대기업을 배불리지 않겠다며 시장에서만 물건을 구입하고
지내시던 5일 내내 직접 요리해 드셨다.
하루 서너시간정도 걸어서 여행하는 건 당연하다 여기셨고
검소한 생활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본인의 정치 성향이 극좌라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매년 법으로 규정된 두 달의 유급 휴가가 주어졌으며
은퇴 후 매달 받는 연금이 220만원이나 된다는 대목에서,
프랑스라는 나라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되는 듯했다.
한국의 최저임금이 5천원 대라는 사실에 같이 분노하셨고
극우로 치닫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걱정하셨다.
그리고 50년이라는 여행 경험에서 나오는 그 내공은
대화하는 내내 나를 감탄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빼곡하게 채워 놓은 메모장에는
각 언어별로 꼭 필요한 단어와 인사말이 들어있었고
매일 여행한 곳의 사진을 팜플렛에서 찾아
오려 붙이시며 여행기를 정리하셨다.
아날로그의 끝판왕.
커다란 백팩을 메고(무게도 상당하더라) 거침없이
시외버스를 타고 서귀포 구석의 조그만 마을까지
찾아오신 할머니는 첫인상부터 범상치 않았지만,
이렇게나 재미있는 분일 줄은 몰랐다.
내가 백발이 무성한 일흔 살 할아버지가 된다면
저렇게 멋진 생각을 가지고 여행하며
저렇게 멋진 생각을 가지고 여행하며
우연히 만난 젊은 친구에게 큰 영감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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