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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꼬맹이의 45개국 엽서여행/대만

가오슝, 가능성을 보았다 다음날 아침 8시. 주어진 48시간 안에는 지쳐 누워있을 여유가 없다는 사실이 머릿속 깊숙이까지 박혀 있어서였을까. 뭔가에 홀린 듯 눈이 저절로 떠졌다. 다행히 전날 밤, 엽서 판매의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기 때문에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일단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숙소로 돌아와 전날 밤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룸메이트들로부터 주변 정보를 좀 얻었다. 꽤나 다양한 곳들을 많이 다녀온 룸메이트들. 그중 한 명도 빠짐없이 다녀왔다는 곳이 치진 섬이었다. 큰 시장도 있고, 해변도 있고 해서 예쁘기도 하고,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단다. 지하철을 타고 20분 정도 나가서 유람선을 타면 된다고 했다. 일단 뭐라도 해야 했다. 그래서 목적지를 치진 섬으로 정하고 필요한 물건들의 목록을 만들어.. 더보기
예술가와 사업가의 경계에서 더위에 놀랐던 정신을 부여잡고 보니 시간은 다섯 시 반. 덩달아 저 아래에 숨어있던 배고픔이란 녀석도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이미 무언가를 제대로 하기엔 조금 늦은 시간이라, 일단은 밥을 먹고 동네를 걸어보면서 도시의 분위기부터 파악해보기로 했다. 지하철로 몇 정거장 거리에 야시장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리로 출발했다. 북경어 발음으로는 리우허예스, 한국 발음으로는 육합 야시장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카메라만 들쳐 메고 길을 나섰다. 그새 해가 저 너머로 슬쩍 넘어가 버린 덕에, 가오슝 역에 내렸을 때만큼 뜨겁지는 않았다. 그래도 꽤나 더운 날씨.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에 근처 ATM을 먼저 찾았다. 안 그래도 20만 원(체크카드와 현금에 절반씩)으로 시작한 여행인 데다 타이페이에서도 현지 심카드를 사느라.. 더보기
가오슝, 미지의 세계로. 여행 3일 차, 금요일 아침. 역시나 눈이 일찍 떠졌다. 마음은 조금 편안해졌지만, 아직 새로운 환경에 긴장한 상태여서였을까. 아니면 저 멀리 가오슝으로 떠나는 날이어서였을까.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이라 조금은 두려웠지만, 동시에 꽤나 기대되고 흥분되기도 했다. 가지고 온 짐이라고는 백팩 하나와 삼각대 케이스, 두 바퀴 달린 20인치 캐리어 하나가 다였으니, 챙길만한 짐도 별로 없었다. 물론 두 가방 모두 그리 크지 않았던 터라, 이것저것 꽉꽉 눌러 담아야만 했지만. 스탭 친구들에게 다음 주에 보자는 얘기를 하고, 짐을 챙겨 들고 길을 나섰다. 비가 부스스 떨어지는 아침이었다. 시먼딩의 아침, 역시 명동과 같은 곳이어서일까, 열려있는 가게도 돌아다니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다. 몇 블럭쯤 걸어 근처에.. 더보기
대만, 새로움을 발견하다 대만에 도착한 둘째 날에, 가장 큰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됐다. 당장 지낼 곳과, 앞으로 지낼 곳을 얻을 방법을. 단 5분간의 대화로 말이다. 이전에 몇 년동안 쌓아온 경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었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아직도 아주 많이 남아 있었지만, 이 여정을 시작하는 데 충분한 성과였다. 최소한 몇 주정도 지내면서 뭐라도 해 볼 시간은 벌어놓은 거니까. 일단 숙소를 그렇게 정리하고 나서는 긴장이 조금 풀려서 조금은 여유를 부릴 수 있게 됐다. 낮잠도 충분히 자서 움직일 기운도 충분했고. 내가 대만에 오기 며칠 전, 내가 일하던 호스텔에 놀러 왔었던 대만 친구 Sunny에게 문자를 보낸 것도 그래서였다. "나 지금 어디게?”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음.. 당연히 제주겠지. 아.. 더보기
진짜 시작 눈을 떠 보니 9시 반. 아직은 새로운 환경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어서인지, 새벽 세 시에 잠든 것 치고는 너무나 멀쩡했다. 그리고는 즉시 굉장히 배가 고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프런트에 찾아갔다. 어제와는 다른 스탭인 Connie가 앉아 있었고, 난 옮겨야 할 호스텔의 위치와 함께 주변에 있는 괜찮은 식당을 물었다. 식당보다는 가판을 추천하는 Connie. 식당보다 저렴하고 대만 스타일의 음식이 많단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전날 밤에 입었던 옷으로 다시 갈아입고는 가볍게 카메라만 들쳐 메고 동네 음식 탐방을 나갔다. 전날 밤 원망스럽게 떨어지던 빗방울은 더 이상 날 괴롭히지 않았다. 다만 바람이 꽤나 많이 불었던 걸로 기억한다. 떠나온 곳을 기억하라는 의미였을까. 제주의 바람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