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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꼬맹이의 45개국 엽서여행/라오스

라오스, 그 첫 이야기. 루앙프라방

무 살 꼬맹이의 45개국 엽서여행. 이제 본격적인 여행 에세이를 써 보려 해요.

여행지에서 썼던 간단한 메모들, 그리고 일기들을 모아 하나씩 하나씩 써 가려구요.


국내, 그리고 해외4개국, 20만원만을 들고 시작한 108일간의 무전여행 이야기.

오늘은 라오스 루앙프라방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게요.


새벽녘, 고요한 도시 루앙프라방

Canon EOS 6D, 24-105L

Photograph by Johnny Kim


만, 홍콩 그리고 태국을 거쳐 도착한 곳 라오스. 그리고 첫 도시 루앙프라방. 고요하고 평화로운 작은 도시. 수도인 비엔티안이나 젊음의 도시 방비엥과는 분위기가 아주 다른 곳. 사실 라오스에서 방문했던 도시들 중 이곳이 내겐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화려하지도,

시끌벅적하지도 않은. 큰 술집도 유토피아라는 곳 딱 하나만 있으며, 도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꽝시폭포 말고는 유명한 관광지조차 없는 그런 곳이다. 그저 도시 중심가에 입구가 있는 조그만 언덕인 푸시산과 그 맞은편에 있는 왕국박물관, 그리고 몇 군데의 오래된 절이 도시 곳곳에 산재해 있을 뿐이다.


태국에서 라오스로 넘어오는 슬로우 보트의 종점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거쳐가는 곳이지만, 호불호가 가장 많이 갈리는 곳이기도 하다. 며칠씩, 아니 그 곳에서 만난 친구들 중몇몇은 일주일이 넘도록 머물렀다고도 했다. 오랜 기간 머물며 평화롭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그 다음 도시인 방비엥으로 건너가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난 전자에 가까웠다. 그 이전의 나라들에선 정말 숨막히는 속도로, 당면한 여러가지 일들을 처리하며 정신없이 살았기 때문이었다. 엽서

인쇄를 위한 사진 작업과 여행, 거리판매, 소셜 미디어 홍보 그리고 스탭으로 머물렀던 호스텔에서의 업무들까지. 거기에 가장 중요하게는

한국에서의 지원 없이, 외국 땅에서 혼자 생계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깔려있었지. 물론 말도 안 되는 적은 금액으로 맨 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여정이라, 험난할 것이라 예상은 했었지만 정말로 그 시간들을 다 겪고 나니 몸도 마음도 꽤나 지쳐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진작 발견해야 했을 것인데 일단 살아야겠으니 그것도 보이지 않더라.


완급조절에 실패한,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잠시 잊고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했는데, 감사하게도 그 타이밍에 도착한 도시가

이 곳, 루앙프라방이었던 거다. 정말로 사랑스러운 라오스의 물가가 아주 많이 도와줬다. 물론 관광지 물가라, 현지 물가보다야 비싼

편이었지만, 하루 숙박 오천 원, 간단한 밥 한끼에 2~3천원, 그리고 신선한 과일주스 한 잔이 천원 꼴이었으니, 하루 만~만오천 원 정도면

꽤나 괜찮은 수준의 생활이 가능했다. 대만에서는 호스텔 스탭으로 일하며 숙박을 무료로 해결하고도 기본 생활비가 하루 만 오천 원

꼴이었고, 숙박비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선 거의 4만 원에 육박했으니, 그것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셈이었지.


좀 오래 머무를 각오로 일단 3박을 예약했다. 그리고 첫 이틀 정도는 프로젝트 업무에 관련된 것들은 모두 놓아버리고, 휴양과 회복에

집중했다. 편한 마음으로 오랜만에 늦잠도 푹 자 보고 똠양꿍과 볶음밥도 원없이 먹었다. 많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가만히 앉아

고즈넉한 풍경과 그 분위기를 즐기며 여러 생각들도 정리했다.


루앙프라방, 참 좋았다.

참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