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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꼬맹이의 45개국 엽서여행/제주

제주가 집 앞이 되다 #1-1 프롤로그 & 동문시장


안녕하세요 사진찍는 스무 살, 김재일이라고 합니다. 저는 올해 첫날부터 제주시 동문시장 근처에 있는

포레스트 호스텔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글을 쓰는 오늘은 4월을 이틀 남긴 날이니, 벌써 제주에서

석 달을 꼬박 채운 셈이 됐군요(제주에 내려온 건 작년의 마지막 날이니… 햇수로는 2년째죠….  쿨럭).

제가 근무하는 이 호스텔은 작년 딱 이맘때, 4월 첫 주에 무계획으로 내려왔던 배낭여행에서 묵었던 곳이기도 해요.

그때의 인연으로 스탭이 되었죠. 이 얘기는 차차 풀어나갈게요.


서울에서만 19년을 살았는데, 어느새 이곳을 집, 동네라고 표현하고 있네요. 언제나 로망이었던 곳인데,

사람들은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라도 가고 싶어 하는 곳인데, 그런 곳이 '사는 동네’가 됐다니….

설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요. 사실 친구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죠. 너만 그렇게 좋은 데서 살겠다고

혼자 떠나 버리느냐고요. 한라봉 보내주는 조건으로 협상을 타결했습니다만… 친구들이 놀러 내려올 때마다

가이드 겸, 고등어회 사주는 사람 신세가 돼 버렸죠....ㅋㅋ


그러던 차에 ‘제주여행연구소’라는 곳으로부터 여행기 에디터 제의를 받았고, 그 계기로 이렇게 여행기를 연재하게 됐어요.

제주에서의 생활. 여행지로서가 아니라 ‘생활’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써나가려 해요. 여행기라기보단 생활기, 생존일기가 되겠죠.


스무 살 꼬맹이의 제주 생존일기, '제주가 집 앞이 되다’ 이제 시작합니다:D



첫 여행기로 어떤 곳을 쓰면 좋을까 하다가, ‘집 앞’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곳부터 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정말 말 그대로 집 앞, 제 저녁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동문시장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해요.


동문시장은 제가 사는 집(게스트하우스 직원용 옥탑방) 현관에서 정말 딱 100m 떨어져 있는 곳이에요.

제주시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이기도 하죠. 섬에 있는 시장이니만큼 신선한 수산물부터, 채소, 과일, 고기와

온갖 생활잡화까지, 아 그리고 시장하면 빼먹을 수 없는 군것질거리들도 넘쳐나요.


저는 오전에 근무하기 때문에 오후 세시에 일이 끝나요. 오후에 남는 시간엔 사진을 찍으러 다니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공부도 해요. 매일 같은 하루를 보내진 않지만, 한 가지 빼먹지 않는 것이 있다면.. 시장에서의 저녁 거리 쇼핑, 혹은 군것질이랍니다.


처음엔 골목 안쪽 식당에 밥만 먹으러 다니다가 반찬가게에 기웃거리기 시작하더니, 채소 고를 줄도 몰라서 엄마한테 맨날 전화하던 제가 단골 채소장수 할머니께 “우리 서울 손주 저녁거리 사러 왔냐”는 얘기를 듣고, 수산물시장에서 생물오징어를 싸게 샀다고 신나서 뛰어댕기고 있더라구요. 아, 역시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 맞나 봐요. 오징어 잘 사온 날 해 먹은 해물파전은 진짜 감동이었어요.... 내공이 쌓여 가며, 생존력 강한 서울 촌놈 꼬맹이가 되어가는 중이랍니다.




숨 쉴 틈도 없이 제 얘기만 했네요. 시장 투어와 꿀팁으로 이어가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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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시장 정문에서 이어지는 가장 큰 골목이에요. 주로 한라봉, 천혜향, 초콜릿 등 관광객들이 많이 사 가는 품목들을 파는 상점이 모여있죠. 골목 중간에 쭉 늘어선 가판은 대부분 채소 가게들이에요. 제 단골집. 제주도 할머니네 채소 가게도 여기 있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다보니 시장 골목 중 최고 물가를 자랑해요. 그렇다고 바가지가 심한 건 아니지만, 한라봉 5kg 기준으로 다른 골목 가게들보다 크게는 오천원에서 만원 정도 차이가 나요. 물론 보는 눈들이 많아서, 비싼 만큼 품질이 좋은 편이긴 하지만 어디에서나 통하는 만고불변의 진리는 이거죠.


“시장 첫 가게는 언제나 항상 제일 비쌉니다”



그래도 3개월치 내공이 쌓여서 가격을 잘 아는 편이라, 비싸다 싶은 곳을 잘 피해 다니기는 하지만, 가끔은

되도 않는 제주말로 깎아 달라고 들이대 보곤 하죠.



“에~ 어멍, 호끔만 깎아 줍서”


내려온 지 두 달째 되던 2월 말에 서울에 다녀오기 위해 천혜향을 사러 가서 던진 말이었어요. 같이 일하는 형 중에 제주사람이 있어서 제주 말을 어깨너머로 조금씩 알아듣고, 배우고 있었던 터라 실전에서 꼭 한

번은 써먹어 보고 싶었죠. 결과는 어땠냐구요? 애석하게도 가격 흥정엔 실패했지만…. 웃으시며 자긴 먹지도 못 하고 가족들 것만 사나며 보너스로 다섯 알을 봉지에 담아 주시더라구요. 동문시장 가실 일

있으면.. 꼭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제주사람인 척 하냐며 욕을 바가지로 해 주시는 욕쟁이 할머니는 안 계시니까.. 걱정은 마시구요: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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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수산시장 쪽으로 넘어가 볼게요. 수산시장 골목은 처음에 들어왔던 중앙골목에서 오른쪽으로 쭉 이어져 있는데요, 섬이라는 걸 뽐내고 싶어하는 듯, 생물 고등어와 갈치, 대구, 생태, 가자미 등등.... 익숙한 것들부터 생전 처음 보는 생선들까지 없는게 없답니다. 하지만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활어회인데요,

이렇게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는 폐장시간이 회 구입의 골든아워랍니다.


보통 광어회 한 팩(15인치 노트북만 한 넓이)에 만원, 고등어나 방어가 섞인 모듬회는 2만원정도 해요. 사실 이 가격도 서울에 비하면 정말 저렴한 편이지만, 저녁 8시 반쯤엔 그 가격마저도 두 팩 만오천원, 세 팩에 이만 원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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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5천원입니다 손님”

하루는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같이 일하는 형에게 전화가 왔죠. 야 회 사올래? 비빔국수재료 사 왔어.

마침 시계를 보니 시간은 8시 반. 게다가 환상의 타이밍으로 시장 옆을 걷던 중이었죠. 단숨에 수산시장

골목으로 달려가 세 팩에 이만원을 외치는 아주머니께 서비스 양념장과 간장까지 듬뿍 얻어 사 왔어요.

이 날 먹은 회국수가, 지금껏 먹어본 회국수 중에 가장 저렴하고 맛있었어요. 이만 오천원 가지고 셋이 먹다가 배 터질뻔 한 것도 자랑… 동문시장 아니었으면 삼분요리 팩만 잔뜩 뜯어 먹었을 텐데..

참, 다행이다 싶어요.



사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제부터예요. 제주에서 제일 맛있다는 떡볶이집. 사랑분식을 포함한 동문시장 3대 분식집, 그리고 호떡 가판이 쭉 늘어서 있는 호떡 골목. 그리고 곳곳에 숨어있는 꿀빵과 오메기떡.

아쉽지만, 오늘은 분량이 넘쳐서 다음 편에 동문시장 먹방 특집으로 다시 찾아올게요:D




서울 촌놈의 제주도 생존일기.


제주가 집 앞이 되다.

투 비 컨티뉴우우우우우우우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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