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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꼬맹이의 45개국 엽서여행/대만

대만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상외로 다사다난했던 포레스트에서의 근무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꽉 채운 석 달과 일주일. 다행히 후임 자리에 괜찮은 사람들이 들어와줘서 다행이다. 마지막 근무를 끝내자마자, 포장해뒀던 짐은 창고로 내리고 부산으로, 그리고 대만으로 출발했다. 몇 주 전부터 오늘이 마지막 근무인 건 알고 있었지만, 어딘가 다녀 올 생각은 안 했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제주를 잠시 벗어나보고싶단 생각이 들었다. 티켓팅 하고 짐 싸서 출발하는데까지 딱 한 시간... 언제든 떠나야 할 때, 바로 떠날 수 있도록 가방과 짐들을 정리해 두었기 때문이다.

사실 참 이상하다. 옛날엔 한국 밖을, 아니 집이 아닌 곳에서 오래 지내는 것 자체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뭔가 거창해 보이고, 어렵고 대단해 보이고. 그런데 오늘 부산행, 그리고 대만행 티켓을 사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나라에서 발행한 종이조각 몇 장(지폐와 여권)만 있으면 가고싶은 곳 어디든 너무나 쉽게 갈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사실 어렸을 적 로망이 처참히 깨진 것에 있어 허망하기도 했지만, 음 그보다 묶고 있는 직장도, 약속도 없다는 것에 홀가분함을 느끼며, 가만히 서서 잠시 생각에 잠기다 비행기에 올라탔다.

사람들을 어딘가에 묶어 두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경제적인 현실인지, 계약된 직장인지, 주변 사람인지. 그런 것들에 묶인 것이 행복한 것인지, 아무 곳에도 묶여있지 않은게 행복한 것인지.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아니 근무를 끝냈던 오후 3시까지만 해도, 오늘 밤 내가 이 곳, 대만에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되기도 하고, 여기까지 오는 것이 너무나 쉬웠음에 의아하기도 하다. 내가 대만에 나오는 것을 막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음에, 참으로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스무 살 꼬맹이의 45개국 엽서 프로젝트. 지난 해 이맘때엔 캄보디아에 다녀왔었고, 이제는 두 번째 나라 대만이다. 여기서 논스톱으로 여정을 이어나갈 수 있다면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여름엔 유럽, 그리고 세계일주. 사실 가장 큰 걸림돌은 엽서가 얼마나 잘 팔리는가에 달린 것 같다. 수중에 큰 목돈을 들고 나온 것도 아니니, 이번 여행은 고생길이 훤한 여행이 될 것만 같다. 고생을 각오하고, 그 삶을 즐기고, 살아나갈 수 있단 것을 증명해보이려 나온 거지만 말이다. 엽서를 판매한 수익으로 하루, 이틀, 그리고 다음 나라로의 비행기 티켓을..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당장 눈 앞에 닥친 가장 중요한 것들부터 기도하며 하나씩 쳐 나간다면 나중엔 여유가 생기겠지.

비행기 티켓을 구매한 후에 대만 돈 2500달러, 그리고 체크카드에 10만 원 정도가 여유자금으로 남아 있다. 다 합해도 한화로 약 20만 원 가량. 맞다 정말 제로에서 출발하는 상황이다. 어느 순간엔 당장 지낼 곳과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할 거다 분명. 일단 리턴 티켓이 없으면 출국 자체가 불가능하다기에, 16일에 돌아오는 티켓을 예매해 두었다. 취소하고 여정을 이어나가게 될 지, 그대로 일주일 여행만 하다가 돌아가게 될 지..

내 여정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목표는 버티고 버텨서, 6월에 영국에 입성하는 것.
그리고 세계일주를 이어 나가는 것.
하나님과 함께 걸으며 내 믿음을 단련하는 것.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내 삶으로 증명해 내는 것.


광야에 나왔다.
만나와 메추라기, 그리고 불과 구름 기둥을 기대하며.

기도해야겠다.


청춘희망프로젝트

'당신은 굶어죽지 않아요’
스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