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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꼬맹이의 45개국 엽서여행/Johnny Kim's Q&A

Johnny Kim's Q&A #1 엽서여행,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안녕하세요~여행에 미치다 그룹에서 보고 인사드려요~ 전 경기도 오산에 살구 있는 24살 청년입니다~ 직장을 다니구있구요~ 여미만 보면서 나는 언제쯤 여행을 갈까 돈도 모아야되고, 생각할께 많더라구여. 근데 재일님이 무전으로 여행 하시는것 보고 아..나도 할수 있겠구나라는 용기가 나드라구요. 돈있다고 여행하는것이 아니라는것을 알았습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래서 저도 노하우를 알구 싶습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그리고 어떻게 돈을 모으시는지요? 가능하시다면 연락주세요..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될것같아요 재일님의 글을 보고 많은것을 배워갑니다!


즘 엽서여행 프로젝트에 관련해서 페이스북 메시지를 자주 받게 되네요. 가능하면 모두 다 답변드리는 편이지만, 여러 분들께 같은 질문을 받는 때에는 업무 부담이 많이 늘어나게 되더라구요. 그렇지만, 제가 일일히 답변드리지 못하는 순간이 올지라도 필요한 정보는 얻어 가셔야 하잖습니까:D 여러분의 호기심과 알 권리는 소중하기에! 그래서 시작합니다. Johnny Kim's Q&A!


경기도 오산에 사시는 스물 넷 청년의 질문입니다. 엽서여행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유지해 나가는지에 대한 질문을 해 주셨군요. 직장에 묶여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답답함도 느껴지는 듯 하구요. 이야기가 짧진 않지만, 시작은 이렇습니다.


등학교 다니던 시절. 아아, 입학한 게 3년 전이네요 벌써. 제 학교는 전국적으로 꽤나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다 2학년 1학기에 그만두고 나왔죠. 잘린 건 아니었어요. 질려서 그만둔거죠. 학교에 다녔던 십년 내내 성적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터라 다들 의아해 했어요. 그 이후로 서너 달 동안은 집에서 없는 사람 취급도 받았죠. 사실 세 가지 이유였어요. 1. 이러단 내가 죽을 것 같았고, 2. 한국식 공교육엔 도저히 답이 없고, 3.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학자금으로 빌려야 할 돈의 양이 어마어마했기문이었죠. 당시 가정 형편은 학기당 200만원 정도 됐던 고등학교 학비조차도 부담하기 힘든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내가 돈 벌어 내가 가고싶은 학교에 가야겠단 생각을 했죠. 사업 벌리는 김에 대박쳐서 유학까지 가 버리기로. 많은 대학생들이 그렇듯, 방학때 하루 8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돈을 빌리지 않고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즉, 대학은 일정 수준 이상의 고정수입이 들어올만 한 루트를 뚫어 놓고 생각해 보기로 맘먹었죠. 45개국 무전 엽서여행은 그렇게 시작됐어요.


여행이라는게 그렇거든요. 자신이 정말 잘 하는 것, 정말 배워보고 싶고, 평생을 함께 할 분야가 어느 쪽인지 알게 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전 세계에 친구들이 생기죠. 생활력을 넘어서는 생존력도 기를 수 있고. 저의 경우엔 정말 좋아하는 여행과 사진작업을 원없이 할 수 있고, 전공분야를 찾고, 전 세계에 인맥을 심으면서 나중에 학교 다닐 돈까지 벌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어요. 개인적으로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시작한 부분도 커요. 여행은 믿음을 훈련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니까요. 또, 종교를 떼어놓고 봐도 여행은 자신을 더 멋진 사람으로 다듬어내기 좋은 기회이잖아요.


거기에 무전여행이라고 하면 온라인에서 유명해지기도 쉬워요(웃음). 게다가 난 스무살이니까!!! 세상에 찌들어버린 발언일 수도 있지만, 세상 굴러가는게 그렇잖아요. 박명수가 EDM으로 까까까까 하면 음원차트 1위에 뜨고, 홍대 인디 뮤지션은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당장 기타줄 바꿀 돈 버는것 조자 힘들단 거. 일단 유명해져야 돈도 벌고, 그래야 학교가기도 쉽고 하니까.. 굉장히 전략적이고 음흉한 속내도 깔려있긴 했죠. 유학 가려면 학비가 어디 한두푼이랍니까...




대만의 명동! 시먼딩에서 거리판매!

Samsung Galaxy Note 4, VSCO Cam

Photograph by Johnny Kim


행을 하면서 거리판매를 진행했던 사진이예요. 처음에는 저 피켓도 없어서 위 사진에 나오는 A4용지 묶음을 들고다니며 한 사람 한 사람 붙잡고 사연을 나누며 판매했죠. 처음엔 정말 굶어죽을 뻔 했어요. 딱 20만원 들고갔는데, 제대로 팔리지는 않아도 밥은 먹어야 하니까요. 여비가 거의 다 떨어져갔죠. 2주차였을 거예요. 지갑에 우리돈으로 2천원쯤 남았었나... 대만에 있을 때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제 페이스북 페이지가 대박을 치기 시작했죠. 대만에서 일하던 호스텔의 스탭 친구가 몇 군데의 여행커뮤니티에 제 사연을 소개했고, 그게 유명해졌던 거였어요.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150이었던 페이지 좋아요 수가 1500까지 뛰어올랐죠. 이곳 저곳에서 주문이 쇄도했고 고등학교 강연도 나가게 됐어요. 2주 사이에 50만원 정도를 벌었죠. 호스텔에서 무급 스탭으로 일하며 숙소를 무료로 해결했던게 참 다행이긴 했지만, 예산 때문에 제대로 작업을 못 했었죠. 어느정도 수입이 들어오고 나면서부터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대만 여행의 막바지에 대만 엽서를 현지에서 인쇄하게 돼요. 그 이후로 홍콩, 태국, 라오스도 같은 방법으로 여행을 이어나갔구요. 숙소는 무급스탭으로 일하며 해결하고, 생활비는 엽서판매로!


 돈을 벌어놔야만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편견과 두려움만 버리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다양해져요


저보다 네 살이나 형님이신데,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제 결론은 이겁니다. 여행은 꼭 적금을 깨야만 갈 수 있는게 아니라는 거. 출국하던 날, 4월 8일에 제게 있었던 돈이라고는 대만행 편도티켓 살 돈 15만원, 그리고 여비 20만원이었어요. 어떤 여행을 꿈꾸시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늦기 전에 도전해 보셨으면 해요. 잘하는거 하나 가지고 돈 벌면서요. 여행, 그거 참 재밌거든요: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