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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꼬맹이의 45개국 엽서여행/홍콩

Somewhere Over the Window


Somewhere Over the Window

Canon EOS 5D Mark 2, 28-70mm L

Photograph by Johnny Kim


픈 사실이긴 하지만 멋진 풍경들은 항상 Somewhere Over the Rainbow에 있죠. 무지개 너머 저 어딘가에..  배낭에 카메라 두어 개, 렌즈들, 삼각대에 이것저것 챙겨넣고 산 넘고 물 건너, 저 멀리까지. 걷기도 많이 걸었고, 산도 자주 타야 했죠. 대만 화롄에 있는 타이루거 협곡에선 그걸 짊어메고 암벽도 탔답니다.. 꽃할배 대만편에서 이서진이 했던 그.. 그거요.. 다행히 다치치도 않았고 엽서도 한 장 건지긴 했지만, 고생한다고 해서 매번 건져내는 건 또 아니거든요. 하루 죙일 군장 짊어메고 산 탔는데 아무것도 못 건져온 때도 많긴 해요. 사실 그것만큼 힘 빠지는 일도 없긴 하죠.

 

그런데 가끔은, 무지개 너머 저 어딘가에만 있던 풍경이 창문 밖으로 찾아오기도 해요. 어제 저녁이 그랬죠. 짐 챙길 필요도, 산넘고 물 건너갈 필요도, 소나기 맞아서 홀딱 젖을 필요도 없었어요. 창문 열고 난간에 삼각대 고정만 시키면 됐죠.

 

어제 큰 창문 있는 방으로 침대를 옮겼거든요. 그래서 하루종일 창가에 앉아 글 쓰고 사진 편집했어요. 전날 밤엔 비구름이 천둥번개를 몰고 왔었고 어제도 날씨가 좋진 않았죠. 오후 내내 비가 쏟아졌거든요. 홍콩에서 보기 힘든 탁 트인 전망이라, 비 오는것도 멋지긴 했지만 분명 노을이 예쁠 날은 아니었어요. 이런 날은 보통 회색 하늘이 그대로 빛을 잃으며 칙칙한 진회색으로 변해버리는데, 신기하게도 어젠 달랐죠.

 

그 두텁던 회색 구름들 사이로 푸른 하늘이 살짝 지나가더니, 회색 하늘에 반항이라도 하는 듯 순식간에 하늘이 분홍색으로 옷을 갈아입었죠. 그리고는 서서히 보라색으로 변했어요. 창문을 열고 삼각대를 고정시키고 바로 열댓 장 정도를 찍었어요. 보통 이런 색은 하늘 오래 머물지 않으니까요. 촬영을 끝내고 사진을 돌려보는데 이미 구름을 빛내던 보라색 하늘은 온데간데없고, 짙은 남색 하늘만이 남아있었죠. 사사실 아직도 제 눈이 믿기질 않아요.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버렸거든요.

 

가끔은, 무지개 너머 저 어딘가에 살던 풍경이 창문 밖으로 마실을 나오기도 해요.

다음 번에 찾아올 때도 제 손에 카메라가 들려 있었으면, 참 좋겠네요:D

 

 

촬영 Canon5D Mark2, 28-70L

세팅 35mm, f11, iso100, 4sec.

HDR을 위해 2장 Merge

 


편집 MacBook Pro 15" 2010, Photoshop CC & Lightroom 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