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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줄 뿐


난 친구가 많은 편도 아니고, 그리 사교적이지도 않다. 굳이 그래야 할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변에 사람 많아 봐야 이래저래 내 일을 할 시간만 깎아먹는 느낌이랄까.  사회성이 떨어져서 그런게 아니라, 어떤 사람과 친하게 지내기 위해서 나를 없애는 그런 타입이 아니라 그렇다. 굳이 굽히고 들어가지도 않고 숨기고 들어가지도 않고. 누구한테든 아부할 생각은 요맨큼도 없다.

아닌건 아닌 거다. 초면에 특히. 넘어오지 말아야 할 내 영역에 대해 칼같으며, 선을 넘어오는 사람은 대차게 잘라 낸다. 예의바른 청년이려 노력하지만, 선을 넘어오는 순간 상대에게 모멸감을 선물해 주는 걸 즐기는 싸이코로 돌변하기도 한다.  전화를 걸어서는 나이부터 묻더니 말 놓는다고 선언하길래, 어이없다는 듯이 상대방 들으라고 웃으며, 서로 첫인사 한지 10초 지났다고, 되게 예의 없으신 것 같다며 칼같이 잘라낸 적도 있고. 술을 안 마신다는데도 꼰대질을 일삼으며 받으라 강요하길래, 웃으며 능글맞게 세 번쯤 거절하다가 못이기는 척 한 잔 받아서 원샷하고 잔을 상에 그대로 뒤집어 엎어 버린적도 있다. 한국 정서랑은 안 맞지만, 이미 난 한국 프레임으로 규정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뭐. 둘 다 업무상으로 만난 자리였는데, 당연히 업무는 파토가 났다. 파토 내려고 일부러 그런 거기도 하고. 그런 사람이랑은 그 일로 돈이 얼마나 생기든지간에 같이 일 안 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으니까.

좁고 깊은 관계가 좋다. 굳이 친밀함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어떤 선택을 하는것에 있어 눈치보지 않아도 되니까. 주변에 사람은 많지 않아도, 확실한 내 편은 좀 있다. 잘 맞는 사람은 내가 뭔 짓을 하든 잘 맞고, 어차피 안 맞을 사람이랑은 내가 뭔 짓을 하든 떠나간다. 사람이 원래 그런 것 같다. 밀어내지 않아도 밀려 나가고 당기지 않아도 서로 달라붙는다. 그냥 잘 남아있는 사람이랑은 자연스럽게 친밀하고 의리있는 관계가 되어 이어진다. 내 편은 확실히 챙긴다.

사람도 그렇고 일도 그런 것 같다. 업무차 꽤나 많은 면접을 봤는데 그 때마다 내 대인관계의 기본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 난 나다. 당신이 내가 맘에 들면 쓰시고, 아님 마시고. 난 내 능력을 예쁘게 포장해서 파는 사람이고 저쪽은 내 능력과 시간을 월 계약금을 걸고 빌려쓰는 것뿐이다. 면접은 구매자와 공급자의 계약협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니, 굳이 굽히고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도 구직활동에 요맨큼도 지장 없더라. 정신건강에도 좋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철이 들수록 지혜로워지고 부드러워진다고
하는 관점에서 보면, 참 어리고 미숙한 행동으로 여겨질지는 몰라도.

난 나다.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하고, 아닌 건 아닌 거다.

난 원래 그렇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