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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_내가 그냥 미안해 제게는 참 나쁜 버릇이 있답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미안해하는 것이죠. 어떠한 관계 속에서 문제가 생길 때, 그것이 제 잘못이 아니라 할지라도, 내가 잘못했다고 정리하고 넘기곤 하거든요. 그렇게 해결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니까요. 또, 그렇게 넘기면 서로 감정소모를 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그냥 자존심 살짝 꺾고, 내가 미안한 것으로 만들면 일을 키우지 않고 작게 넘길 수 있고, 또 대인배의 이미지를 얻는 효과도 얻을 수 있으니, 갈등을 다루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도 생각했죠. 어쨌든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는, 누군가 양보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지겹도록 다투고 토론하며 끝장을 보는 방법이 있고, 한쪽이 숙여주는 방법도 있는데, 저는 깔끔해보이는 쪽을 택한 거죠. 제가 .. 더보기
#5_라떼를 만들다 얼마 전에, 핸드 그라인더와 프렌치 프레스를 사 왔어요. 커피를 워낙 많이 마시는 터라, 소분된 분쇄원두로는 감당이 안 되었거든요. 그리고 믹서기로 갈아 내리는 건 뭔가 느낌이 좀 그랬구요. 또, 원두를 블렌딩하는걸 좋아하기도 하거든요. 사실 그라인더만 사려고 했는데, 프렌치 프레스를 끼워 팔길래 같이 주문해봤답니다. 쓸 일 없으면, 좋은 디자인 소품이 되겠지 싶은 생각으로요. 그런데 이 녀석, 꽤나 다재다능한 놈이었네요. 핸드드립이랑은 또 다른 맛이 나면서, 진하게도, 연하게도 내릴 수 있더라구요. 그라인더에 스티머까지 붙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살까 했는데, 또 혼자 마시는데 굳이 설거지거리 늘리기도 애매하고 해서 구입을 미뤘거든요. 그래서 집에선 항상 아메리카노만 내려 마셨죠. 가끔 카누같은 가루커피에.. 더보기
#4_바쁘게 지내보기 바쁘게 지내다 보면 덜 중요한 것은 잊혀지기 마련이잖아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그렇게 우울한 기분을 감추는 경우도 많았죠. 우울할 틈이 없도록요. 일부러 일을 만들고, 정신을 다른 데로 돌리고, 그리고 나중에 그 감정을 다시 꺼내보면 훨씬 덜 힘들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런데, 나중에야 깨달은 것이지만요, 치워 둔다고 해서, 당장 조금 괜찮은 것 같다고 해서, 그것이 정말 괜찮은 건 아니었어요. 물론 우울한 기분을 잊는 데에는 꽤나 효과적인 방법이기야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죠. 어쨌든간에, 당당하게 맞서야만 했어요. 나를 짓누르는 그 감정들과요. 당당하게 맞서야만 할 때는, 그럴 힘이 없을 때라는 점이 참 아이러니이기는 했지만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쁘게 지내보는 건 도움이 된.. 더보기